신앙과 생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기를 소망하는 성도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군인 정신으로

넉넉지 않은 농사꾼 집안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늘 고민했습니다. 뭘 해야 배곯지 않고 살 수 있을지를요. 고심 끝에 직업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라면 특전사로 복무 중인 사촌 형님처럼 부사관이 되어 몇 해 동안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삶의 기반을 다지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말도 못하게 고생한다며 형님이 말리는 통에 특전사는 포기하고 일반 육군 부사관으로 지원해 무사히 교육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임관 후 배치받은 부대가 하고많은 곳 중에 특수부대였습니다. 특전사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 밥 먹고 돌아서면 체력 단련, 돌아서면 훈련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야 했습니다. 천리행군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납니다. 훈련이 시작되면 보통 3주가량 낮에는 산을 타고 밤에는 산속에서 숨어 자는 일과를 반복하며 천 리(약 4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행군의 시작이었습니다. 5박 6일간 밤마다…

한국 파주, 박인섭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잠자기

미국의 저명한 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젊은 시절 뉴기니에 머물 때였습니다. 하루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원주민들과 깊은 숲속에 들어갔다가 하룻밤을 묵게 됐습니다. 그는 가지 사이로 별들이 반짝이는 큰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원주민들이 펄쩍 뛰며 말렸습니다. “죽은 나무라 언제 쓰러질지 몰라요. 잠자는 사이 우리를 덮칠 수도 있다고요!” 대신 원주민들은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로 그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원주민들이 지나친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숲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동안 그는 죽은 나무가 갑자기 쓰러지는 일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그제야 원주민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안일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이를 철저히 경계하는 그들의 생활 방식에 수긍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우리 일상에도 죽은 나무처럼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교통법규 어기기, 기호품 남용하기, 해야…

아름다운 준비

겨울이 다가오면 동물들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먹이를 구해 곳곳에 저장해두거나 많이 먹어서 몸에 축적하는가 하면, 겨울잠을 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요. 그럼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어떻게 겨울을 준비할까요?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고 기후가 건조해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만들거나 물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나무는 양분과 수분을 비축하려 생장을 멈추고 무성한 잎을 과감히 떨어뜨립니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잎의 양분을 줄기로 옮겨놓고, 잎자루 부분에 ‘떨켜’라는 단단한 세포층을 만듭니다. 그러면 잎과 가지 사이의 통로가 막혀 영양분이 드나들 수 없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잎에 남아 있는 엽록소가 파괴되면 그 뒤에 가려졌던 색소가 드러나, 푸르던 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듭니다. 그렇게 잎은 서서히 마르다가 바람이 불면 결국 땅에 떨어지게 되지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단풍이, 사실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인…

사랑은 표현할 때 사랑이 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 사랑은 곧 삶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랑은 눈으로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고로, 사랑하는 대상에게 그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도, 상자에 포장해 건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사랑을 느끼고, 또 어떤 방법으로 전할 수 있을까. 사랑은 ‘마음×표현’이라는 공식으로 성립된다. 사랑하는 마음은 표현할 때 수면 위로 드러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묘약이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100이라도 표현이 0이면 아무 소용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는 내가 아니기에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좋아하는 대상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눈을 맞춘다. 고래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원숭이는 털을 정리해 준다. 펭귄은 돌멩이를 갖다 준다. 동물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상대에게 화가 나거나 실망했을 때는 쉽게 표현하면서도 사랑은…

아버지의 길을 따르며

저는 인도로 발령받은 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인도 복음의 초보 선교사입니다. 나름대로 해외 선교 경험이 많다고 자부했지만 인도에 와서는 제 자신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저를 복음에 합당한 선지자로 세우시려 인도에 보내주셨다는 것을, 전도축제 기간 중 후블리 지교회에 다녀오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가슴에 새기고, 전 세계 시온 가족들과 나누고 싶어 짧은 글을 적습니다. 푸네에서 후블리로 가려면 버스로 12시간 이상 걸립니다. 인도에서 이 정도 거리면 옆집이나 다름없다는데 저로서는 첫 장거리 전도 여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90도 각도로 고정된 딱딱한 버스 좌석에 앉아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덜컹거리는 동안 멀미가 나서 내내 식은땀을 흘렸지요. 이대로 10시간 넘는 길을 어떻게 갈지 앞이 캄캄했지만 저와 동행한 장년부 구역장님이 옆 승객에게 열심히 말씀을 전하는…

인도 MH 푸네, 이세민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까닭

다음 중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① 손님과 요리사가 서로 볼 수 없는 경우 ② 손님만 요리사를 볼 수 있는 경우 ③ 요리사만 손님을 볼 수 있는 경우 ④ 요리사와 손님 둘 다 서로를 볼 수 있는 경우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연구 팀이 위 네 가지 상황을 설정해 실험한 결과, 손님의 만족도에 있어서 ①번과 ②번은 비슷한 수준이었고, ③번은 이들보다 10% 높았습니다. ④번은 만족도가 17.3% 올라갔으며, 서비스 속도도 13.2%나 더 빨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요리사가 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때 음식이 더 맛있게 만들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연구 팀은 ‘요리사가 자신의 수고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때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이 더 나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기가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비단 요리사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불효자는 웁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아들 하나, 딸 셋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새벽이면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궤짝으로 사 와 동네에서 소매로 파는 등, 엄마는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셨습니다. 엄마는 늘 밤늦게 들어오셨기에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살림을 도맡아 하며 저와 동생을 돌봤습니다. 언니들의 잔심부름은 동생 차지여서 셋째인 저는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활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느낄 새 없이 놀기만 했지요. 언젠가 엄마가 저를 부르시더니 다리가 아프다고, 좀 주물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귀찮아서 주무르는 시늉만 하다 말았습니다. 엄마가 벌써 끝났느냐며 조금 더 주물러달라고 하셨지만 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대충 주무르다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엄마가 또다시 저를 불러 다리 좀 주물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온갖 짜증을 내며 나도 힘들어서 못 한다 하고는 방으로 휙 들어가…

한국 서울, 최영진

생존 본능을 뛰어넘어

다양한 야생동물이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는 초원. 먹이사슬로 생태계가 유지되는 그곳에서 초식동물은 언제든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 본능 또한 포식자들의 사냥 욕구만큼 강하기에, 결코 순순히 잡아먹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따금 그러한 본능을 거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영양 한 마리가 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목이 물 밖으로 충분히 나올 정도의 깊이여서 무리 없이 건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웬일인지 어미 영양이 다급히 강에 뛰어들어 어린 영양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어느 지점쯤 이르자 멈춰 서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악어가 거친 물살을 일으키며 새끼를 향해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미 영양은 악어가 오는 길목에 서서 새끼가 어서 강을 건너기만을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새끼는 무사히 강을 건넜고, 어미는 사나운 악어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누군가…

숲의 천이(遷移)

나무와 풀, 새와 곤충들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산림 생태계가 기후 조건에 맞춰 장기간 안정을 유지하는 숲을 ‘극상림’이라 합니다. 맨땅에서 시작해 보존 가치가 높은 극상림이 되기까지는 수백 년에 걸쳐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치는데, 이를 ‘천이(遷移)1’라 하지요. 1.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 숲의 천이 과정은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땅을 그대로 두면 자연적으로 이끼나 곰팡이류 등의 하등식물이 등장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해살이풀에 이어 여러해살이풀이 자랍니다. 이후 진달래나 싸리나무같이 키가 작은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는 그보다 큰 나무가 번식합니다. 소나무처럼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陽樹)가 먼저 나고 이후에 참나무, 단풍나무처럼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가 나타나는데, 그러면 먼저 자랐던 양수들은 햇빛을 볼 수 없어 고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최종적으로 음수 중에서도 더욱 강하고 키가 큰 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등이 숲을 뒤덮는 극상림에 다다르지요.…

듣기

사람은 수정 후 3주가 되면 귀 모양이 나타나고, 16주면 귀 안쪽에 소리를 전달하는 달팽이관의 모양새도 갖춰집니다. 20주가 지나면 달팽이관과 뇌가 이어지는 청신경까지 완성돼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체가 온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아는 4~5개월이면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생후 6개월이 지나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에 비해 청각의 발달은 매우 빠릅니다. 그뿐 아니라, 사람이 죽음을 앞둔 때에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감각도 바로 청각입니다. 임종 직전의 말기 암 환자들의 경우, 말할 수도 눈도 뜰 수 없는 의식불명의 상태에서도 소리에는 뇌가 정상적인 사람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청각은 인체의 감각 중 가장 일찍 작동하고 가장 나중까지 기능합니다. 우리 삶이 ‘듣기’로 시작해 ‘듣기’로 끝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게다가 눈이나 입은 원하면 스스로 닫을 수 있지만, 귀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좋은 열매를 수확하는 비결

코로나19로 농가의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곳 상주도 워낙 농가가 많다 보니 일손 부족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인근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노부부도 일손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에 저희 당회에서는 곧바로 봉사 계획을 짰습니다. 생활 방역 수칙을 잘 지켜가며 손을 보탠다면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20여 명의 식구들과 함께 포도밭으로 향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오전 내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포도나무 원가지와 잎 사이에 자라난 새순을 제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돋아나는 새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열매로 가야 할 영양분이 분산되어 알이 굵고 품질이 좋은 포도송이를 수확할 수 없다 합니다. 일일이 손으로 새순을 제때 제거해줘야만 농부가 바라는 극상품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지요. 난생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서툴고 어설픈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에 익었는지 조금씩…

한국 상주, 진순경

대문호의 답장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1866~1944)은 젊은 시절,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문학적 갈등으로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딱히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던 그는, 고민 끝에 평소 존경하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가 무명의 작가 지망생에게 답장을 해줄 리 만무했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톨스토이에게서 답장이 온 것입니다. 장문의 편지에는 작가적 멘토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하고 자상한 조언과 격려가 아낌없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일은 롤랑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예술가의 참다운 조건은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르침이 롤랑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장 크리스토프》라는 작품으로 19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많은 작품을 통해 인도주의를 실천했습니다. 상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성심껏 해주는 일,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길을 헤매는 이에게…

불편한 행복 누리기!

우리 주위에는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여러 가지 발명품들이 넘쳐 납니다. 발품 팔지 않고 손가락만 까딱 하면 원하는 물건이 집으로 오게 할 수도 있고, 서로 얼굴 보며 말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의사소통을 나눌 수도 있지요. 하지만 편리한 생활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걷는 시간이 줄다 보니 운동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편리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디지털 치매라는 신종 질병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편한 것에 길들여지다 보니 작은 불편함도 크게 느껴지는 부작용까지 겪곤 하지요. 이달의 미션은 편리함 속에 가려진 행복을 찾아 실천하는 것입니다. 불편해도 행복한 일,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Tip 집에 가족이 있으면 벨 누르고 들어가기 문자메시지 대신 손으로 메시지 써서 가족에게 전하기 가까운 거리는 자가용 대신 가족과 함께 걸어가기 인스턴트 음료 대신 천천히 찻물 우려내어 마시며 대화하기 엘리베이터…

사랑의 계산법

‘일하느라 힘들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먹으렴. 아프지 말고.’ 어머니를 배웅하고 온 아들은 책꽂이에서 낯선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쪽지와 지폐 2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을 만나러 먼 길을 다녀가는 어머니께 죄송하고 감사해, 어머니 가방에 20만 원을 몰래 넣었는데 그만큼의 돈이 고스란히 돌아온 것입니다. 아들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이러면 자신은 어머니께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다며 섭섭해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아니다, 나는 분명 네 돈을 받았어. 너의 갸륵한 마음도 받았지. 그러니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이 얻었단다.” 어머니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어머니와 아들은 이익도 손해도 없는, 그저 같은 금액의 돈을 교환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계산법으로 보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20만 원을 쓰고 20만 원을 얻었으니 40만 원의 득을 본 셈입니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 두 사람의…

잃어버린 추억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만화를 볼 생각에 늘 설렜다. 만화 상영이 끝나면 아쉽기 짝이 없었다. 재미있는 만화를 두고두고 볼 방법을 궁리하다가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앞부분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을 막으면 테이프에 원래 있던 내용이 삭제되고 보고 싶은 만화가 녹화됐다. 집에는 내 유치원 재롱 잔치, 볼링 가이드, 해외 영화, 부모님의 결혼식 등 여러 종류의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가지고 녹화를 시작했다. 물론 부모님께 허락받은 비디오테이프에만 녹화가 가능했다. 녹화해둔 만화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만화 비디오테이프의 양은 늘었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를 한 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비디오테이프가 부족했다. 급기야 허락받은 것 외에 필요 없어 보이는 비디오테이프를 내 마음대로 골라서 녹화하기에 이르렀다. ‘해외 영화는 많이 봐서 내용을 다 아니까 더…

한국 강릉, 홍순태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18세기,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인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자신을 적대시하는 한 의원으로 인해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와의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지만 선물이나 아첨 등 비굴한 방법으로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가 소장하고 있는 귀한 책을 빌려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책을 되돌려줄 때는 감사의 메시지를 함께 보냈지요. 이후, 그 의원은 의사당에서 벤저민을 만나자 먼저 말을 걸어오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벤저민은 자서전에서 이 일을 언급하며 “적이 당신을 돕게 되면, 나중에는 더욱더 당신을 돕고 싶어지게 된다”고 기술했습니다. 호의를 베푼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되레 호감을 느끼는 현상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시카고대 심리학과 에드 오브라이언 교수 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의 행복감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선에서 공손한 태도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 더…

사자도 막지 못한 절기 축복

전기 기술자인 저는 벌목용 대형 기계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근무합니다. 가을절기를 앞두고 기계에 문제가 생겨 출장 갈 일이 생겼습니다.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데 이틀 뒤는 기다리던 나팔절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출장을 미루고 싶었지만 수리가 시급한 데다 제가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출장 지역은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의 인근 도시인 오발라였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저녁에 집으로 올 수 있겠다고 짐작했지만 가는 도중에야 출장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갈 곳은 당일에 돌아오기 힘든, 오발라에서 더 들어가는 밀림 지역인 니가였습니다. 새벽 5시에 출발했는데도 오발라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다 되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 밀림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오토바이(카메룬의 대중교통)를 타고 오후 1시경 니가에 도착했지만 작업 장소까지 지대가 워낙 험해서 오토바이 기사조차 길을 헤맸습니다. 밀림을 뱅뱅…

카메룬 두알라, 장게

칭찬과 침묵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져 고민인 한 중년 남자가 상담사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사이가 딱히 나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웃을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담사는 남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남자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건강 상태도 양호했습니다. 주부인 아내도 가정 살림을 살뜰히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이야기를 다 들은 상담사가 말했습니다. “음, 그렇군요. 혹시 부인께서 요리는 잘하는 편입니까?” “제 입맛에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입맛에 맞을 땐 어떻게 합니까?” “그냥 조용히 먹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을 때는요?” “짜면 짜다. 싱거우면 싱겁다고 말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반대로 해보세요. 입맛에 맞을 때는 맛있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침묵하는 겁니다.” 상담사의 조언대로 한 남자는, 더 이상 가정생활이 무료하지 않았습니다.

죽을 수 없는 이유

어느 집에 게으른 아들이 있었다. 그는 성인이 되어도 일하지 않고 날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을 끓이던 부모는 아들을 저명한 현자에게 보냈다.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인자한 얼굴로 바라보는 현자에게, 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삶의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사는지 모르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자네, 지금 당장 죽을 수 있겠나?” “네?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지요.” “왜 죽지 못하겠다는 건가? 이유를 말해보게.” 아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제가 죽으면 부모님이 무척 슬퍼하실 겁니다. 못난 아들인데도 걱정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데, 그런 부모님을 두고 어찌 세상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그럼 답은 나왔다네. 죽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살아야 하는 이유라네. 자네가 슬프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살게.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언제 죽어도 후회 없을 만큼 말일세.”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눈[目]

“눈은 입보다 설득력이 있다.” 서양 속담 “눈은 가슴으로 통하는 문이자, 사랑이 깃든 곳이다.” 오드리 헵번 “사람의 눈은 많은 말을 한다. 눈으로 하는 말은 사전 없이도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랠프 월도 에머슨 안에서 밖을 내다보게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게도 하는 창문.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도 창이 있으면 집은 햇살과 바람이 드나들어 밝고 쾌적한 공간이 된다. 우리 인체에도 창문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눈[目]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 할 만큼 눈은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각기관 중 눈은 뇌에 가장 많은 일감(?)을 전달하는데, 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약 80%가 시각을 통해 입력된다. 눈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사물을 인지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내면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는 말이 있듯, 눈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